고진감래苦盡甘來와 ‘흥진비래興盡悲來
고진감래’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듯이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 라는 뜻이고,
흥진비래’는 흥이 다하면 곧 슬픔이 온다”라는 뜻인데,
이 두 사자성어에는 모두 진盡자를 포함하고 있다.
이 말하는 고생의 끝은 어디까지이며 흥이 다한 뒤에 슬픔을 논하는 연유는 과연 무엇일까?
갑골문에서 진盡은 聿붓 율과. 皿그릇 명으로 구성돼 한 손으로 붓을 잡은 채 그릇 안을 씻고 있는 형상이다.
찌꺼기를 남김없이 깨끗하게 씻는다는 것은 남김 없다, 다하다, 끝내다. 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이며,
이 외에도 ‘완벽하다, 모두 라는 의미와 진선진미盡善盡美처럼 ‘극진하다’
등의 비교적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.
위의 두 성어에 사용된 진盡자는 모두 남김 없다, 다하다, 끝내다’라고 해석할 수 있다.
하지만 고진감래는 세상살이가 늘 그렇듯 어려움이 있으면 언젠가는 행복한 날도 있기 마련이니
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,
흥진비래는 세상만사에 늘 우여곡절이 따르니, 우리의 삶엔 언제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항상
공존한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.
즉, 고진감래나 흥진비래 모두 인생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늘 순환돼
일어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.
그렇게 본다면 고진감래나 흥진비래에서 사용된 진盡은 단순히 어떤 과정의 마지막 단계나
그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,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·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
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과 같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노력.과
열정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.
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,
또 예상치도 못한 결과에 실망감과 자괴감, 허탈감이 들 경우도 있다.
후자처럼 실패가 두려워 나의 진盡을 다하지 아니한다면, 얼마나 많은 후회가 남을까.
어떠한 목표를 위해 결과의 승패를 떠나, 그 과정에서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했다면
이미 그 삶은 충분히 값질 것이다.
비록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지만 진眞정한 진盡을 통해 진進하다 보면
언젠간 우리의 인생도 찐하게 빛나지 않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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